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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의 뇌과학이야기

뇌분류에 대한 새로운 제안

이상준 작가 인성교육자존감전문칼럼니스트. 『이타적 자존감수업 』 저자.

 

 

자존감이 발현되는 우리의 뇌

지금부터는 이 자존감들이 발현되는 우리의 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뇌과학 얘기다. 뇌는 우리의 신체와 정신, 정서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뇌과학에 의하면 성격은 뇌의 특성에 따라 결정지어진다고 한다. 또한 뇌가소성(brain plasticity)이라고 해서 뇌는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다. 주요 자존감들인 이타적 자존감과 이기적 자존감 역시 우리 뇌의 특정 부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뇌를 잘 훈련시키면 우리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으며 훌륭한 인성이 형성될 수 있다.

독자 여러분들도 전두엽과 변연계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이다. 우리 뇌를 중요한 두 뇌부위로 나눈 것이 전두엽과 변연계다. 이 뇌부위들이 담당하는 역할과 기능은 다음과 같다.

전두엽(대뇌피질 포함) - 논리와 이성, 고등 지능을 관장

변연계(편도체 등) - 욕망과 감정 등 본능을 담당

 

새롭게 제안하는 뇌분류체계 : 현자의 뇌-짐승의 뇌 모델

필자는 최근 몇 년간 상당한 시간을 투입하여 뇌과학 지식들을 공부했다. 그동안 연구한 지식들을 종합하여 기존 뇌과학에서 구분해온 전두엽-변연계와는 약간 다른 분류체계를 세웠다. 우리 뇌를 현자의 뇌와 짐승의 뇌(또는 무의식의 뇌. 이하 ‘무의식의 뇌’로 통칭)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구분했다.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자의 뇌는 전두엽(frontal lobe. 정확히는 전전두엽prefrontal lobe다) 및 대뇌피질에 해당되고 짐승의 뇌(무의식의 뇌)는 변연계와 뇌간에 해당된다. 필자의 현자의 뇌-짐승의 뇌(무의식의 뇌) 분류가 전두엽-변연계 분류와 큰 차이는 없지만 뇌부위별 특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보다 쉬운 이름을 붙였다. 또 최근 새롭게 밝혀진 뇌과학적 지식들을 적용하여 뇌부위별로 새로운 특성들을 부여했다. 가장 큰 차이는 전두엽-변연계 분류는 전체 뇌영역에서 특정 영역(area)으로 구분하는 반면 본 현자의 뇌-짐승의 뇌(무의식의 뇌) 분류는 물리적인 영역이 아니라 기능(function)에 따른 분류라는 점이다. 뇌과학자들이 인간의 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fMRI(자기공명영상장치) 등을 이용해 실험을 하다보면 어떤 뇌부위가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꽤 있다. 특정 뇌부위가 어떤 특성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대략적으로는 파악하고 있지만 이 뇌부위는 이 기능만을 담당하며 다른 기능은 하지않는다는 식으로 정교하면서도 딱 부러진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령 편도체가 ‘공포와 두려움’ 같은 부정적 감정만 담당하는 줄 알았는데 최근엔 ‘기쁨이나 즐거움’ 같은 긍정적 감정도 관여한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남녀간 사랑의 감정’에 관여하는 뇌부위가 어느 하나인 것도 아니고 피실험자에 따라서도 활성화되는 뇌부위들이 조금씩 다르다. 이렇게 전체 뇌를 물리적 영역으로 세분하여 어떤 뇌부위가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 규정하는 뇌부위별(area or region) 연구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일부 뇌과학자들은 기능(function)이나 회로(circuit)별 연구로 속속 전환하고있다.

위치가 아닌 기능

필자도 뇌과학 연구 초기엔 인성연구의 핵심인 이타심과 이기심을 과연 어느 뇌부위에서 담당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수많은 문헌들을 뒤져봤지만 이타심은 여기고 이기심은 저기다 하는 식으로 딱 부러지는 결론을 얻지못했다. 그래서 뇌영역별 접근법에서 벗어나 뇌기능별로 접근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이타심, 이성, 고등지능 등 고차원 기능들을 담당하는 뇌부위들을 하나로 묶어 ‘현자의 뇌’로 규정하였고 이기심, 감정, 욕망 등 본능적 기능들을 담당하는 뇌부위들을 하나로 합쳐 ‘짐승의 뇌(무의식의 뇌)’로 규정하였다. 현자의 뇌나 짐승의 뇌가 해부학적으로 전체 뇌영역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정교하게 정하지않았다. 수많은 뇌과학적 실험들과 연구들을 들여다보다보면 그 물리적인 위치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이타심, 이성, 고등지능의 고차원적 뇌기능들의 총괄본부로서의 ‘현자의 뇌’ 개념과 원초적 본능들의 센터로서의 ‘짐승의 뇌’ 개념이 필자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 현자의 뇌- 짐승의 뇌(무의식의 뇌) 가설을 프레임으로 뇌과학 연구결과들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뇌과학적 지식들이 질서와 체계가 잡히면서 쉽게 이해되는 느낌을 받았다. 기능 개념으로 접근하면 그 위치를 특정하지않더라도 별 문제 없는 것 같다. 우리 몸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전전두엽을 포함하는 현자의 뇌 또한 최고 컨트롤타워다. 사람의 뇌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뇌부위가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 위치는 작은 문제다. 얼굴 없는 산타같은 숨은 독지가의 기부행위가 중요한 것이지 그분이 어디 사는 누구인지 반드시 알아야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은 꼭 있어야 하지만 청와대가 꼭 북악산 밑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부산에 있든 제주도에 있든 컨트롤타워 역할만 잘 수행해주면 되는 것이다.

기존 뇌과학의 연장선상

그렇다고 해서 이 현자의 뇌-짐승의 뇌 가설이 기존 뇌과학지식 체계와 무관한 전혀 엉뚱한 내용은 아니다. 가령 현자의 뇌와 짐승의 뇌가 뇌 전체 지도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다라고 엄밀하게 규정할 필요 없다고 필자가 말했지만 그렇다고 위치가 아무데라도 상관 없다는 얘긴 아니고 대략적인 위치는 설정하고 있다. 현자의 뇌 영역은 전두엽(대뇌피질 포함) 중심으로 보면 될 것같고 짐승의 뇌 영역은 변연계(편도체 등) 중심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또 필자의 현자의 뇌-짐승의 뇌 가설 설정에 결정적 영감을 준 모델이 있는데 그것은 미 신경과학자이자 의사인 폴 맥클린(P. MacLean) 박사가 제안한 ‘삼위일체뇌(Triune Brain) 모델’이다. 1950년대 처음 발표된 이후 뇌과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델이다. 삼위일체뇌란 소뇌와 뇌간 등을 파충류의 뇌, 변연계를 포유류의 뇌, 전두엽을 포함한 대뇌피질을 인간의 뇌 이렇게 3층 구조로 구분한 것이다. 필자의 현자의 뇌-짐승의 뇌 모델과 비교하면 삼위일체뇌 모델의 ‘인간의 뇌’를 필자는 ‘현자의 뇌’로 보았고 삼위일체 모델의 ‘포유류의 뇌’와 ‘파충류의 뇌’를 합쳐서 필자는 ‘짐승의 뇌’로 단순화 시킨 것이다.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현자의 뇌-짐승의 뇌 프레임은 갑자기 어디서 떨어진 것은 아니며 기존 뇌과학 지식체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기존 뇌과학지식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이타적 자존감이 현자의 뇌 영역에 속하고 이기적 자존감은 짐승의 뇌 영역에 속한 것으로 규정한 점이다. 이타적 자존감이 높은 정신수준의 자존감이라는 점에서 고차원적 뇌기능의 본산인 현자의 뇌 영역 소속으로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기적 자존감이 특별한 교육을 받지않더라도 본능적으로 형성되는 자존감이라는 점이라는 사실은 원초적 본능 센터인 짐승의 뇌 영역 소속으로 분류되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뇌과학에선 ‘이타심’도 본능으로 본다. 따라서 이타심은 짐승의 뇌에도 있고 현자의 뇌에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필자는 ‘이타심’과 ‘이타적 자존감’은 서로 다른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이타적 자존감은 짐승의 뇌엔 없고 현자의 뇌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얘기는 이 책의 범위를 넘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한다.

<표: 현자의 뇌-이타적 자존감 vs 짐승의 뇌-이기적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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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뇌

짐승의 뇌(무의식 뇌)

정의

이타심, 이성, 고등지능의 고차원적 뇌기능들의

컨트롤 타워

이기심, 감정, 욕망 등 원초적 본능들의 중앙센터

자존감

이타적 자존감의 원천

이기적 자존감의 근원

의식수준

의식/인식 세계

무의식 세계

관련 뇌부위

전두엽, 대뇌피질

 

편도체, 해마

 

<그림: 현자의 뇌-이타적 자존감 vs 짐승의 뇌-이기적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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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뇌 나무엔 이타적 자존감 과실이 열리고 짐승의 뇌 나무엔 이기적 자존감 열매가 열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나무들을 잘 가꾸고 관리해서 좋은 열매들을 맺게하는 것이 곧 인성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인성교육과 과수농사의 차이가 하나 있다. 과수원 농부는 나무들과 열매들을 직접 만지면서 접붙이고 가지치기하고 열매를 솎아내고 봉지 씌우기를 씌운다. 하지만 인성교육은 뇌수술처럼 머리를 열어 뭔가를 직접 만지지않고 현자의 뇌와 짐승의 뇌 그리고 이타적 자존감과 이기적 자존감을 키우고 관리한다는 점이다. 과수농사는 컨택트(대면)로 해야하지만 인성교육은 학과목 교육처럼 언택트(비대면) 교육이 가능하다. 원격교육이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집에 있든 카페에 있든 상관 없듯이 인성교육도 현자의 뇌, 짐승의 뇌가 어디에 있든 잘 키우고 가꿔서 자존감이란 결실을 얻을 수 있다.

 

현자의 뇌가 짐승의 뇌를 통제

인간의 뇌는 현자의 뇌가 짐승의 뇌를 통제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현자의 뇌가 통제하는 윗기관이고 짐승의 뇌는 통제를 받는 아래 기관이다. 서로 상하관계다. 그래서 사람의 정상적인 뇌 상태는 이타심과 이성과 고등지능을 관장하는 현자의 뇌가 이기심과 감정과 욕망을 담당하는 짐승의 뇌(무의식의 뇌)를 잘 통제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상태다. 이 정상적인 상태가 유지될 때 건전한 이성을 가진 정상적인 사람으로 살아간다. 무더운 여름날 땀을 흘리며 길을 걷고있는데 저쪽에서 누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걸어온다고 가정해보자. 누구나 먹고싶은 생각이 들기마련이다. 그냥 참거나 정 먹고싶으면 가게에 들어가 하나 사먹지 남의 아이스크림을 빼앗아 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게 당연해 보이지만 개나 고양이 같은 짐승에겐 당연하지않다. 대부분의 짐승들은 달려가 남의 아이스크림을 빼앗아 먹는다. 인간이 짐승이 아닌데 왜 짐승 얘길 꺼내느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으나 인간이 꼭 짐승이 아닌 것은 아니다. 인간이 짐승 같은 행동을 하지않는 이유는 머릿속에서 현자의 뇌가 짐승의 뇌를 통제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상적인 상태 즉 현자의 뇌가 짐승의 뇌를 잘 통제하고있는 상태가 결코 쉽지않다는 점에서 모든 인성문제가 출발한다.

현자의 뇌의 통제 수시로 허물어져

우리 인간이 가진 짐승의 뇌 또는 무의식의 뇌속에선 무수한 감정과 욕망과 기억재생과 잡생각들이 끊임 없이 만들어진다. 필자는 이 무의식의 뇌(짐승의 뇌)의 세계가 프로이드가 제시한 의식의 세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무의식의 세계와 같은 것으로 본다. 그 무수한 짐승의 뇌(무의식의 뇌)의 것들이 의식의 세계로 넘어오지않도록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현자의 뇌다. 짐승은 그와 같은 현자의 뇌가 턱없이 작아서 짐승의 뇌 속 원초적 본능들이 통제되지못하고 그대로 분출되어 짐승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만일 현자의 뇌의 통제장벽이 무너진다면 우리 인간도 짐승과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이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현자의 뇌의 통제장벽이 수시로 무너지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가령 누군가 자신을 화나게 하면 짐승의 뇌에선 분노 감정이 솟구치게 된다. 이때 현자의 뇌의 통제력이 작동해서 화를 억제하는데 성공하지만 적지않은 경우 현자의 뇌가 통제력을 상실하여 감정이 그대로 분출된다. 더 나아가 법과 도덕의 선을 넘는 언행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우리 머리속에선 이렇게 항상 현자의 뇌와 본능의 뇌가 힘 겨루기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현자의 뇌의 통제력이 이기지만, 적지않은 경우 짐승의 뇌가 이겨서 현자의 뇌-짐승의 뇌 통제 균형이 깨진다. 평정심을 잃는 것인데 흔히들 ‘이성을 잃는다’고 표현한다. ‘이성이 없는’ 짐승과 별 다를 바 없는 언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